"의료기기 회사로 분류 돼 있지만 의료기기 회사와 경쟁하지 않습니다. 다른 의료기기의 성능을 높이고 관리를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세상에 없는 의료기기 회사라고 자부합니다."(임유봉 플라즈맵 대표)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플라즈맵의 임유봉 대표는 "의료기기 업체와 함께 성장하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의료기기 회사를 돕는 의료기기 회사. 임 대표는 '메디칼 디바이스(의료기기) 닥터'라고 표현했다. 그는 28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 생태계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FDA가 승인한 非미국 유일 플라즈마 멸균 솔루션…주문 폭증
'자뻑'(자기가 잘났다고 믿거나 스스로 푹 빠짐)이 아니다. 플라즈맵의 수술도구 플라즈마 멸균 기술은 지난해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았다.
흔한 인증이 아니다. FDA가 승인한 플라즈마 멸균 솔루션은 4개뿐이다. 이중 3개가 미국 기업 소유다. 미국이 아닌 나라에서 받은 처음이자 유일한 인증이다. 더구나 다른 3개는 모두 대형 제품이다. 소형 멸균기는 플라즈맵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메스, 내시경 등 인체에 사용하는 수술도구를 재사용하기 위해선 멸균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 각 병원은 멸균 솔루션을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한다. 그런데 대형 멸균기는 크고 비싸다. 국내외 수많은 소형 병원이나 클리닉에서 플라즈맵의 소형 멸균기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실제 FDA 승인 이후 글로벌 의료기기 제조사와 판매채널 등에서 주문이 물밀듯이 쏟아졌다. 플라즈맵의 누적 수주금액은 지난해 52억원에서 올해 9월 기준 2191억원으로 40배 이상 급증했다.
임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FDA 인증을 받은 뒤 짧은 기간 글로벌 40개 이상 판매처를 통해 2000억원이 넘는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FDA가 승인할 수밖에 없는 독보적인 기술력이 플라즈맵의 강점이다. 플라즈맵의 솔루션은 멸균 시간이 7분으로 다른 장비보다 10배 가까이 빠르다.
플라즈맵은 후발주자를 따돌리기 위해 지식재산권(IP) 역량 구축에도 힘썼다. FDA를 포함해 글로벌 인증 45건을 획득했다. 특허 174건을 포함해 총 268건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했다.
임 대표는 "진작부터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플라즈맵의 독자적인 고속 멸균 솔루션에 대한 기술적 진입장벽을 쌓았다"며 "전체 임직원 170명 중 약 30%가 R&D(연구개발) 인력이고, 변리사 3명을 포함해 박사급 7명이 있다"고 말했다.
멸균은 시작일 뿐…임플란트 기다려
플라즈맵은 플라즈마를 잘 다루는 회사다. 플라즈마는 고체, 액체, 기체에 이은 제4의 상태를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전기적 특성을 띤 가스(gas)로 볼 수 있다. 높은 전기적 특성을 띠는 만큼 어떻게 얼마나 잘 제어하느냐가 중요하다.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플라즈맵은 플라즈마 기술을 처음 수술도구 멸균 솔루션에 적용했을 뿐 여기서 머물 생각이 없다. 다음은 임플란트다. 이미 생체 소재 대상 표면 재생·활성 기술을 개발했다. 임플란트 소재의 표면 불순물을 제거해 생체 적합성과 시술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이다. 임플란트 시술 뒤 인체를 보다 빨리 아물게 하고 염증 반응을 억제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이 표면처리 기술 역시 FDA 인증을 받았다.
플라즈맵의 표면처리 기술은 다른 솔루션보다 효능이 3배 이상 뛰어나고(탄소 불순물 감소율 15% 이상, 다른 제품은 5% 이하) 비용은 약 30배 저렴하다. 치과 및 정형외과용 임플란트, 골이식재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연간 수술도구 멸균기 시장은 2조원, 멸균 소모품(파우치) 시장은 20조원 규모"라며 "임플란트는 정형외과와 치과를 합쳐 약 80조원 규모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플란트 시장에서 소재나 후공정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 독자적인 표면처리 기술을 가진 플라즈맵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플라즈마 기술의 확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임 대표는 "플라즈마 원천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3D 바이오 프린팅, 디지털 헬스케어까지 확장할 것"이라며 "가정용 피부치료케어솔루션, 공기청정기, 식물재배기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플라즈마 핵심 요소 기술을 FDA 인증을 통해 검증받고 의료기기에 적용하면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한 만큼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얼마든지 빠르게 상업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가치 최대 2205억원 책정…내달 공모
올해 IPO 시장에서 바이오는 힘을 쓰지 못했다. 플라즈맵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왜 지금 IPO를 할까.
임 대표는 "지난해 플라즈마 멸균 솔루션이 FDA 승인을 받은 뒤 주문이 폭증하고, 신사업인 임플란트 재생활성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도약을 위한 여러 투자가 필요해졌다"며 "성장 속도에 맞춰 상장을 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플라즈맵은 오는 10월 5~6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12~13일 일반투자자 청약을 받는다. 희망공모가밴드 상단기준 기업가치(희석가능 주식수 포함)는 2205억원이다.
플라즈맵은 최근 수주 계약이 잇따르면서 당장 내년부터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기술성장특례 상장이지만 어느 정도 실적 안전성을 담보했다 볼 수 있다. 2025년 15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4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두겠단 목표다.
임 대표는 "지난해 3월 산업은행이 주도한 프리IPO 당시 평가 받은 기업가치가 약 1000억원"이라며 "이후 임플란트 사업을 시작했고, 멸균 솔루션이 FDA 인증을 받는 등 성과가 많았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플라즈맵은 의료기기를 케어해 궁극적으로 의료 소비자에게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돕는다"며 "전 세계 의료기기 회사와 병원이 플라즈맵의 고객이자 협력사"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 의료기기 산업 생태계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출처: 머니투데이 ( https://www.mt.co.kr/ ) |